이민국.png

그토록 조심을 했건만 경찰차가 비상등을 깜빡거리며 자신의 차를 세웠을 때 직감적으로 속도위반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가슴이 쿵쿵거리며 뛰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될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경찰하고도 연결이 되어있어서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후론 교통 법규는 더욱 철저히 지켰는데 운전 중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만 순간적으로 제한 속도를 넘기고 만 것이다. K씨는 정신이 아득해 옴을 느꼈다. 조회를 하다보면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게되고 현장에서 체포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대로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대로 이민국 감옥에 갇혀있다가 추방당하겠지. 그러면 비즈니스는 어떻게 하나? 가족은? 주위엔 뭐라고 하나?
경찰관이 자신에게 다가오기까지 몇 분간이 수 개월 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먹먹했다. 면허증과 보험증, 차량등록증을 제시해 달라는 말을 듣고도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경찰관이 “Sir, Sir!” 하고 재차 부르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섬 주섬 증명서들을 챙겨 넘겨주었다. 경찰관이 조회를 하기위해 증명서들을 받아들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자 갑자기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냥 달아나버릴까?’ ‘그랬다간 일이 더 커지겠지.’ 가족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미국에 온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 한번도 교통위반 딱지를 떼지 않았는데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게 끝나버리게 되었다는 생각에 눈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하나님!’을 불러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체념한 상태로 경찰관을 기다렸다. 아무런 표정이 없던 경찰관이 다가와서 몸이 아프냐?” 고 물어보았다. 겨우 고개를 들어 모기만한 소리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경찰관은 최근에 교통 위반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역시 기어들어갈 듯한 소리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경찰관은 당신은 규정속도를 위반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기에 이번은 경고만을 하니 앞으로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하면서 증명서들을 돌려주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 하고 되물었다. 경찰관은 계속해서 그리고 몸이 안좋아 보이는데 의사한테 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말하고는 돌아섰다. “쌩큐, 쌩큐, 쌩큐 베리마치 써.” 차 문을 박차고 나가 젊은 경찰관을 힘껏 껴안아 주고 싶었다. 경찰관은 그를 길 가에 남겨놓은 채 바삐 차를 몰고 사라졌다. K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려 왔다. 불과 몇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는 허망함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더라도 현재 미국에는 약 20여 만에 달하는 한인 불법체류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그들 대부분이 합법적인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체류자라는 멍에를 쓰고 하루하루 불안속에 생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촉각을 세워 귀를 기울이기도 해보지만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되찾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과거 250만명에 이르는 대사면이 있었던 것처럼 실낱같은 기대와 희망은 그들을 절망으로부터 지켜주는 끈이자 미국에서 살아가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민법도 법이니 이유야 어떻든 법을 위반하였으면 범법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달리 항변할 도리가 없다. 표현을 하지 않을 뿐 당사자들 또한 죄의식 속에 생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들이야말로 교통법규는 말할 것도 없고 매사에 법을 지키기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위로와 도움은 못 줄 망정 일부에서 그런 신분상의 약점을 악용하여 직간접으로 위협하여 벼랑끝에 몰아가는 행위를 한다면 비열할 뿐 아니라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