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실랜티에 위치한 이스턴 미스간 대학에서는 지난 달 18일 동 대학 성악과에 재학 중인 학부 및 대학원생들의 우리 민요, 가곡 발표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남미애 교수의 인사에 이어 첫 공연자로 무대에 나온 소프라노 스테파니 이보우 씨의 “봄이오면 산에들에 진달래 피고~~” 하는 노래 소리에 청중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한국인 외모의 특징과는 전혀 다른 외국 여성인데 노래는 완벽한 우리말로 부른 것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들어보았다. 순간 한국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가을 가곡의 밤 공연장에 앉아있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저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300여명의 관객앞에서 펼쳐 진 이날 우리 민요 가곡의 밤 공연은 한국인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단지 음악이 세계 공통어라는 말로는 그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노래말에 따라 감정 표현까지 연출할 때에는 도저히 외국인들이라고 믿겨지지 않았다. 한국의 명절때면 외국인들이 TV에 출연하여 노래자랑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어색한 발음과 억양에 웃음을 짓곤 했었던
기억때문에 가졌던 선입견은 철저하게 깨어졌다.
새타령을 부른 브릿 우드칵 씨는 손을 살랑살랑 내저으며 마치 한 마리 새가 무대위를 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에서 우리 고유의 민요와 가곡을 듣기도 쉽지 않거니와 더구나 외국인에게서 듣는 감흥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연자들은 계속해서 ‘님이 오시는지, 아무도 모르라고, 남촌, 뱃노래, 나물캐는 처녀’ 등을 차례로 열창하였으며 동 대학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양기영 교수가 찬조 출연하여 ‘서울 아리랑’을 불러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벅찬 감동으로 한곡 한곡 감상을 하면서 향수를 달래고 있을 무렵 나탈리 클라인 씨가 나와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때는 무대가 절정에 달하는 듯 하였다. 계속해서 ‘산유화, 수선화’에 이어 첼시아 허친스 씨가 봉선화를 부르자 어느 새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며 코끝이 매워지고 온 몸이 전율하였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노래인지도 몰랐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처절한 소리로 승화시킨 노래를 들으며 관객들 중에는 뺨을 타고 뭔가 반짝이는 것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 이날 공연자들이 모두 나와 ‘경복궁 타령’을 부르면서 대미를 장식하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남미애 교수의 동문들이 대거 참석하여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였다. 맏언니 격인 하은자 디트로이트 한국학교 교장(65학번)을 비롯하여 문경옥 동문회장(76학번), 안희숙(68학번), 박정헌(81학번), 임명순(78학번) 씨 등이 참관하며 자랑스러운 동문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이날 공연은 모처럼 공연장을 찾은 한국인 관객들에게는 차라리 축복이었다. 유난히 고단했던 지난 한 해를 잠시나마 잊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도 남았다. 공연이 끝나자 이번 무대를 준비한 모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뜨거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공연 중에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무대 한편에 스크린을 세워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영상을 공연자와 함께 비추기도 했다.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때에는 전쟁의 포성이 들리는 듯한 연출에 숙연해지기도하였다.
관객들 중 동교에서 보컬 뮤직을 전공하고 있는 Ryan Fileccia 씨는 소감을 묻자 “한국의 가곡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매우 흥미있었다”말했다.
문광재 문화회관 이사장은 “오늘 공연을 보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외국 학생들이 우리 가곡을 그토록 완벽하게 부
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감격해 하였다.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클라인 씨는 대학원에 재학 중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한달 반 정도 연습을 했으며 발음 및 억양을 익히기 위해 그동안 한국 드라마를 주로 많이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Cassandra Jensen씨는 다른 공연자들과 함께 경복궁 타령을 불렀으며 한국인 숙모 덕분에 누구보다도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 지하에 마련된 연회장에는 자리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 뒷 얘기들을 나누며 정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회가 안내 등의 도우미 역할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