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입시철이다. 지난 9월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12학년생들은 이미 입시원서 접수를 시작했고 그 중에는 벌써 합격증을 받아들고 입학여부를 고민하는 아이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11월 10일 전국에서 일제히 수능시험이 실시되었으며 11월 30일 시험결과가 나오는 대로 본격적인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현재 고등학교 졸업반인 당사자들은 물론 부모와 교사들에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안겨주는 참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특별한 분야에 남다른 재능이 있고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에게는 대학진학이 목표를 이루기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이다. 보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치루어야하며 이는 단지 실력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미국의 입시는 훨씬 합리적이면서도 학생들이나 부모들에게 선택의 폭이 아주 넓은 편이다. 우선 지원 대학의 숫자도 제한이 없으며 합격을 위한 커트라인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각 대학들은 지원자들이 참고하도록 전년도 입학생들의 주요 성적에 대한 평균 정도만을 제공할 뿐이다. 각 대학마다 합격의 기준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학교성적과 SAT 혹은 ACT와 같은 시험 점수외에도 주요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추천서, 에세이, 수상경력 등 다양하며 고교시절 수강한 과목과 학년별 성적의 추이도 합격여부를 결정짓는데 매우 중요한 잣대로 사용된다. 즉, 대학마다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 대학입시는 지원자들의 경쟁만큼이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대학들의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지원자들 중 우수한 인재라고 판단될 경우 학비에 대한 전액장학금은 물론 매월 일정액의 연구비를 보조하기도 하고 졸업후 상급학교 진학에 대해서도 보장을 하는 등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한해에 250만명에 이르는 고교 졸업생들과 4,000여개의 미국 대학들은 저마다 각자의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과 대학 그리고 고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각자의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하여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정보에 가장 취약한 그룹이 바로 학부모들이다. 취약할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상태이다. 그들이 얻는 정보의 대부분이 주위에서 단편적으로 귀동냥해서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나 전해듣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것만 전하고 듣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누구는 어찌어찌해서 대학에 갔고 누구는 못갔고, 어느 학교가 좋고 어디는 쳐지고’하는 식의 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포장과 여과를 거쳐 왜곡된 상태로 전달되게 된다. 이러한 정보는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대학 선택을 놓고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현실은 무시한 체 부모의 기대와 바램만을 정확한 분석없이 던져주면 아이들은 더욱 갈등하게 되고 자신의 의사나 희망과는 상관없이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 한 연구조사에서 명문대학에 진학한 한인 자녀들 둘중 하나는 중간에 포기했다는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잘 아는 미국 아이는 조기지원을 통해 스탠포드와 코넬, MIT 등 소위 초일류 대학의 입학허가를 모두 받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중소 도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에 입학하였다. 너무 의외였던 까닭에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입학한 학교에서는 졸업시까지 모든 학비를 장학금으로 받음은 물론 신입생 때부터 인턴을 할 수 있으며 졸업 후 직업이 보장되어 있고 원하면 대학원까지도 전액 장학혜택을 받고 공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연구환경이 완벽할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그 아이가 부럽기도 했지만 자식의 결정을 존중하여 준 그 부모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무조건 일류대학만 들어가면 빚을 내서라도 보내주겠다고 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수업은 물론 각종 정보를 늘 접하게 된다. 요즘같으면 12학년생들은 당연히 입학정보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능력과 목표에 맞는 대학들을 가늠해 볼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카운슬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교사와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리곤 그 정보들을 취합하여 나름대로 선택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비교적 주위 시선을 덜 의식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비록 그 선택이 부모의 기대보다 낮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얼마 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킨 한 부모는 “잠깐의 합격의 기쁨 때문에 4년간 아이를 고생시킬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며 아이가 원하는 평범한 대학에 가도록 했다. 대학 진학을 하면 대부분 부모의 품을 떠난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부모 품을 떠난 아이는 책임감이 강할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훨씬 강하다. 자녀에게 후회없는 선택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박원민 트로이 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