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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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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22:12

꽁트 - 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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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호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묘안이 떠오르질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일념에 머리 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뜬 눈으로 새다시피 하고는 가방을 대충 챙겨들고 아침도 거른 채 학교로 향했다. 최근 며칠동안 중학교 2학년짜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수척해진 택호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해 아예 엎드려 자다가 수차례 해당 교사에게 벌을 받기도 했다. 방과 후 신문 배달을 하는 보급소 소장에게도 배달시간에 늦고 비실거린다고 몇 차례 엉덩이에 빳다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수업 끝나고 담임에게 불려가 상담을 받고 오느라고 늦었다는 얘기는 꺼낼 생각도 않았다. 어쨌든 담임의 추궁에 끝까지 실토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굳게 믿었다. 창선이가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느라고 밤을 새웠다는 얘기는 죽어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과는 같은 학교도 아닌터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쓸데 없는 짓이나 하고 다닌다는 질책을 받을 것이 뻔했다. 해서 보급소장에게도  절대 입을 열지 않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굳이 따져보면 택호가 처음부터 창선이 한테 나쁜 감정을 갖고 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날따라 학교에서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쓸데없이 어울리며 노닥거리다가 신문배달이 늦은 탓에 허겁지겁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신문을 돌리다가 그만 옆골목에서 나오던 창선이를 보지못했고 그 바람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옆구리에 끼고 있던 신문이 길바닦에 내동댕이 쳐지며 흩어져 버렸다. 택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땅바닦에 주저앉은 채로 아무렇게나 흩어진 신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창선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황급히 흩어진 신문을 주워 모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택호는 괜히 부아가 났다.  “X X 너 땜에 그랬잖아!”소리를 꽥 지르며 손에 잡힌 신문 뭉치를 창선이에게 내팽게치듯 던져버렸다. 택호의 욕지거리에 창선은 신문 줍기를 멈추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택호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미 주은 신문 더미를 그 자리에 내려놓은 채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향했다. 학교에서 배운 사자성어인 적반하장을 떠올리며 뒤도 돌아보지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야! 안서! 그냥 가면 어떡해?” 택호는 뒤통수에 대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창선은 무시해 버렸다. 택호는 일차적인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손 치더라도 창선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X X X, 두고 보자.” 택호는 이를 갈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창선이가 다니는 학교를 알게 되었고 자신보다 한 학년 위이며 얼마 후 실시되는 그 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택호는 자존심이 상했다. 창선이 다니는 학교에는 자기 친구들도 있는데 자신을 벌레보듯 무시한 창선이 학생회장이 되어 어깨에 힘주고 다닐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다. 


택호는 두달 전 우연히 만났던 같은 동네에 사는 대학생인 진욱이 떠올랐다. 그때 대학생 형의 얘기가 평범한 택호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것이었다. 진욱은 비록 명문대는 아니라도 재수끝에 어렵게 대학생이 되었다는 기쁨에 하루하루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학기초부터 다른 대학과의 미팅 쫓아다니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되었다. 처음엔 그냥 다른 동기생들이 주선한 자리에 참석하였지만 몇 차례 나가보면서 분위기 파악이 된 후부터는 아예 주선자로 발 벗고 나섰다. 허우대가 멀쩡했던 탓에 어느 미팅에서도 뺀치맞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애프터 신청을 꼭 받아내곤 했다. 


그 해 5월 축제 기간 중에 도서관 앞에서 갑자기 촉발된 데모는 순식간에 학교 전체로 확산되어 결국 이튿날 휴교령이 내려지며 학교의 정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그 후 대학생들이 두명 이상 모이기만 해도 잡혀가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겁이 난 진욱은 친구들 만나는 것도 피하고 그냥 집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그날 저녁 무렵 왼쪽 옆구리에 신문 뭉터기를 끼고 뛰어다니다시피 배달을 하는 택호를 보고는 심심하던 차에 괜히 수작을 걸어보았다. 

“야, 너 일루와봐” 

“왜요? 신문 돌려야 되는데…”

“너 그거 하면 얼마 받냐?”

“얼마 못받는데요.”


사실 보급소장이 언제든지 신문 배달할 사람을 데려오면 따로 용돈을 주곤 했기 때문에 택호는 같은 또래의 애들이 관심을 보이면 서슴치 않고 좀은 과장을 섞어서 제법 번다고 뻥을 치곤 했다. 그런데 진욱 같은 대학생이 신문 배달 같은 걸 할 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물어 본 걸 거라고 여기면서도 대학생이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택호는 대학생인 진욱이 마냥 멋져 보였다. 가방도 없이 두툼한 몇권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뻑 가곤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학생이 된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진욱은 어린 택호를 보자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리곤 자신이 운동권의 핵심 인물이며 정보부에 끌려가서 엄청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 자기로 인해 결국 우리나라에도 민주주의가 꽃을 필 것이라는 황당한 소리로 구라를 깠다. 자신의 무용담에 빠져든 택호를 보면서 진욱은 신이 나서 아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일어난 데모의 주동자가 자기이며 현재 수배 중이고 이번에 잡혀가면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할 거라는 둥 허무맹랑한 소리로 택호의 혼을 빼놓다시피 했다. 진욱은 자신의 얘기를 모두 사실인양 진지하게 듣고 있는  택호의 모습을 보고 공짜 신문이라도 얻어 볼 요량으로 생뚱맞게 “너 나하고 의형제 맺자”하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진욱의 말에 택호는 꿈을 꾸는 듯 했다. “네?” 하고 되물으면서도 속으로는 ’네 형님’ 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너 내가 널 진짜 믿고 하는 얘긴데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택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했다.  


택호는 진욱의 신고하면 잡혀간다는 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 일이 창선과 오버랩 되면서 불순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학교에서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아이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학교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었다. 학생과에 불려가 호되게 혼이 난 후에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다고 빌고 난 후 징계를 면하기도 했지만 그 일이 있은 후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었고 누구든 물리지 않으려면 피하거나 친한 척을 하며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 뒤 학생과 앞 복도에서 택호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반성문을 쓰며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야, 저 미친개가 이번엔 또 누굴 물었냐?”

“영동중학교 3학년 창선이라는데”

“아! 그 경찰서장 아들?”

“응, 데모하는 대학생 심부름을 해줬다고 신고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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