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면서 누구나 자녀의 사춘기를 경험한다. 자녀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가족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나 하면 ‘사춘기가 왔구나’ 혹은 ‘사춘기라서 그러는가?’ 하면서도 일종의 성장의례쯤으로 치부해버리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그냥 ‘남들 다 겪는 것인데 내버려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해결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애써 크게 관심을 갖지 않기도 한다. 오히려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색하게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괜스레 유난을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지나 않을까 하며 일부러 관심을 멀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춘기는 앞으로의 삶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성격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은 물론 사회생활의 기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사춘기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춘기(period of puberty)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의 성장에 따라 성적 기능이 활발해지고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신체의 중요한 변화로 남자는 정액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여자는 초경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생산의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정확한 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며 대개 12~16세 사이에 나타나며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청년기(adolescence) 의 전반에 해당되는 시기로서 성적 성숙의 관점에서 그 변화를 보이는 시기라는 뜻으로 사춘기(puberty)라고 하기도 한다.
사춘기에는 성적 성숙이 현저하게 눈에 띄며 2차 성징이 나타나서 남성다운 체격이나 여성다운 체형을 갖추기 시작한다. 남자는 변성과 함께 가슴이 커지며 어깨도 벌어지게 되고 여자의 경우는 골반이 넓어지면서 유방의 발육과 함께 자태도 풍만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성기의 성숙과 함께 생리적 성욕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며 성에 대한 관심과 성적 충동이 높아지게 되어 이성에의 관심을 끌기위해 본능적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성적 행동을 인지하면서 육체적 변화와 함께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자아의식이 높아지며 주위에 대한 부정적 태도도 강해질 뿐만 아니라 구속이나 간섭을 싫어하며 반항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정서와 감정이 매우 불안정해진다. 충동적인 행동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래서 어떤이는 사춘기를 ‘광기의 정상인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이다. 감정은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를 적절히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이성적 사고능력은 채 발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또 맹목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분노와 사랑인데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이 시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서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치 않은 자녀를 부모의 기준에 맞춰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을 못마땅한 듯 다루다보면 그에대한 반항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액체에 열을 가하여 끓는 점에 도달하여도 끓지않고 있다가 이물질이 닿거나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돌발적으로 끓어오르는데 이러한 현상을 ‘돌비현상’이라고 한다. 돌비현상은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기때문에 이를 방지하기위해서 비금속 물질을 함께 넣거나 열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용기안의 액체를 조금씩 저어주기도 한다. 자녀가 어느날 갑자기 전혀 예기치 못했던 돌발적인 행동을 보였다면 이는 일종의 돌비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감정의 변화가 계속 쌓이면서 적절한 통제와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게되면 어느 순간 돌출행동이 나타나거나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가 되면서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학교와 가정의 문화적 괴리에 대한 갈등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흔히 이율배반적이라고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내면의 의식이 서로 상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이민와서 생활하는 우리에게는 그 정도가 심하여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녀가 외국인 이성 친구를 사귀면 아주 다정하게 잘 대해주지만 속으론 저러다가 덜컥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겉으로는 미국의 문화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기위해 행동하지만 내면에는 아직도 동양식 사고 방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출산한 아이가 딸이면 ‘딸이 더 좋다’며 웃음을 보이지만 속으론 ‘아들이었으면…’하는 아쉬움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에 반해 미국인들은 감정표현을 있는 그대로 하는 편이다. 그러한 가운데 매일 가정과 학교라는 두개의 서로 다른 문화권을 오가며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은 차츰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부모의 사고방식의 틀속으로 아이들을 끌어다 맞추려고 하다보면 그에대한 저항이 생기게 마련이다. 게다가 언어소통마저 자연스럽지 못하니 갈등의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와 사소한 일로 마찰을 겪게되면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친구들과 더욱 가까와지려는 행동과 함께 자신의 존재가치를 친구들 사이에서 확인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인 것이다.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도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부모를 따르고 이해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자녀가 이유없이 반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