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 지겹다
한국에서는 요즘 4.11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재외 동포 참정권이 확대 실시되면서 미국에서도 LA나 뉴욕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못지않은 열기가 퍼져 있어 먼 산 불구경하듯 했던 것은 옛말이 되었다.
선거철이면 의례히 그렇듯이 온갖 설들이 난무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권을 차지하기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생결단을 불사하기도 한다.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오직 선거의 승리에만 촛점을 맞추다보니 그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이라는데 있다.
정치인들은 누구나 과거의 선거를 통해 승패의 주 요인이 ‘바람’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체험했다. 초반에 열세이다가도 막판 바람을 일으켜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나 선거 초반의 바람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해 패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후보자들 진영에서는 이를 분석하여 고도의 선거 전략을 짜기에 골몰한다. 문제는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좀더 풍요롭고 잘 살 수 있게 하며 부강한 국가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히려 몇몇 이해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충동질하여 ‘바람’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발효된 한미 FTA나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 같은 것은 누가 정권을 차지하느냐에 관계없이 국익을 위해 매우 중차대한 문제들이다. 국가의 장래와 안보를 위해서 결코 폐기하거나 늦출 수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 사안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명운을 걸고 추진해왔던 일들이었다. 지금 반대에 목숨을 건 듯한 일부 정치인들도 자신들이 정권의 주역이었을 때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었다.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에 국무총리를 맡으면서 직접 제주도 강정 마을로 가서 제주 해군 기지의 필요성에 대해 눈물로 주민을 설득했다고 한다. 정동영 씨 또한 지난 2006년 미국의 고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반드시 완료되어야 한다고 앞장 서서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김종훈 교섭본부장을 이완용에 비유하며 매국노라고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제주도에 내려가 공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 지휘관에게 ‘올해 정권 바뀌면 책임을 묻겠다. 그러니 알아서 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정권을 차지하게 되면 또다시 말을 바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생리적으로 정치인들은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일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용인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방이 정치를 잘 하게 되면 나의 입지는 그 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 외에 잘 하는 것 까지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 안게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