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저널에서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우리 말들을 바로 알고 쓰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이번 호부터 바뀐 한국어 표기법을 중심으로 한가지씩 소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동 연재를 통하여 이민 생활 속에서 잊고 지내는 우리 말들을 바로 쓰고 2세들에게도 정확한 표현법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편집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사용하던 말이 사라지는가 하면 새로운 말이 태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이 호칭어(남을 부르는 말)나 지칭어(남을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많은 호칭어와 지칭어가 생겨나서 많은 혼돈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부간에 쓰이는 호칭어나 지칭어가 잘못 쓰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호칭어에 대하여>
부부 사이는 누구보다도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라 그런지 서로 부르는 말도 아주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영수 씨, 영희야, 형, 오빠, 자기야, 이봐, 아저씨, 아빠, 여보, 야, 어이, 마누라, 미스터 리, 하니, 달링, 친구, 영희 엄마, 영희 아빠, 임자"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말들을 다 품위있는 말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을 나와서 결혼을 한 지가 10년이 넘어 자녀들을 두고 사는 부부도 남편에게 "오빠, 오빠" 하고 불러서 아이들이 혼돈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부부간에 서로 부르는 호칭어로는 역시 '여보' 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신혼 초에나 나이가 들어서나 평생을 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보' 라는 말은 '여보시오' 의 좀 낮은 말이지만 이 말은 오늘날 부부간의 호칭어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므로 당연히 표준적인 호칭어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 젊은 부부들 간에 아무리 많이 쓰인다고 해도 '어이, 야' 처럼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나, '오빠, 형, 아빠' 처럼 누구를 부르는지 알 수 없는 말은 아주 잘못된 말입니다. 또 '달링, 하니' 하는 영어식 표현도 좋은 호칭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들은 전통적인 언어 예절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혼 초에 서로 어색하여 '여보' 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으면 '여봐요' 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또 '영수 씨, 영희 씨' 하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생긴 다음에는 '철수 아빠(아버지), 쳘수 엄마(어머니)' 처럼 부르는 것도 예절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아빠' 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냥 '아빠' 라고만 부르면 자신의 친정 아버지를 호칭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또 남에게 기대어 부르는 호칭어도 표준 화법이 아닙니다. 흔히 시동생과 시누이를 부를 때 자신의 아이에 기대어 '삼촌' 과 '고모' 로 부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니 고쳐야 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여보"라고 통일해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칭어에 대하여>
어떤 분은 남에게 아내를 가리킬 때 '와이프' 라는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영어식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 어떤 이는 속마음과는 달리 괜히 '마누라' 라고 낮추어 말하기도 하는데 왠지 허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말은 아내를 그저 낮추는 말이 아니라 업신여기는 말이므로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해서 아내를 부를 때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르면 다소 정감있게 느껴지기도 하므로 적절히 가려쓰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내를 비하하는 느낌을 주므로 특히 남에게 지신의 아내를 가리킬 때 ‘마누라’ 라고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아내의 지칭어 중에서 부모에게 아내를 가리킬 때 '어미, 어멈' 등을 많이 씁니다. 아이가 있을 때 흔히 '철수 엄마' 라고 하기도 하고,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영희 씨가요' 하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모에게 아내를 높이는 셈이므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 이라고 하는 것은 무난하나 어떤 이는 '영희가요' 하고 이름을 부르는데 이는 아내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자신의 부모 앞에서 아내를 '집사람' 또는 '안사람' 이라고 해사는 안됩니다. 이 말은 아내를 어느 정도 대우하는 뜻이 있어 부모 앞에 쓰기는 적당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부모 에게는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처부모에게는 그 딸을 낮추지 않고 말하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예의에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또, 시부모 앞에서 남편을 '아비'나 '아범' 이라고 해야지 '철수 아빠(아버지)' 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부모 앞에서 남편을 높이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남편이 대화하는 자리에 있으면 '이이', 없으면 '그이', 좀 떨어져 있으면 '저이'라고 하면 자연스럽습니다. 친구들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이'나 '우리 남편' 이라고 하면 되고, 신혼 초에는 '우리 신랑' 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남편의 직함을 붙여 '우리 부장님', '우리 사장님', '우리 장로님', '우리 목사님' 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고 상대에게는 실례입니다.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남편을 높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칭어나 지칭어를 주의하여 잘 사용한다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결례를 하는 등의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