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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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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대학 한국학 후원회장인 남상용 박사가 내년 1월 세째주 미시간 대학의 골프 클럽하우스에서 그가 집필한 자서전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번에 출간하는 자서전은 그가 살아 온 삶의 기록을 남겨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자극을 주기위해  5년전에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진단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하며 서둘러 마무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미시간광장 편집부는 김종현 한인회장과 함께 앤아버에 위치한 남 박사의  자택을 찾았다.

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 편집부 일행이 도착하자 현관 계단에 걸터앉아 기다리고있던 남 박사는 곧바로 일행을 거실로 안내하였다. 거실에는 그 동안의 삶의 궤적을 말해주는 각종 서류와 사진 앨범들이 서로 엉킨 채 널려있었다. 그 중에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 놓여있는 서류 한장에 눈길이 갔다. 훈장증이었다.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노무현 이라고 쓰여있었다. 대게 그 정도의 상훈을 받으면 특별한 장식을 한 액자에 담아 집안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과시하듯  걸어놓았을 법도 한데 남 박사에게는 그 조차도 푸대접을 받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남 박사는 그 상은 내 이름을 겉에 새긴 상일 뿐, 실제로는 다른 숨은 공로자들의 이름이 그 상 속에 새겨져야 옳았다. 특히 내 아내야말로 그 상의 실제 주인공이 되어야 마땅했다. 아내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려주고 이불을 빨아주며 기도를 해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그런식으로 45년간 함께 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남상용 박사는 미시간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임에 틀림없다. 특히 미시간 대학에 한국학과를 개설하고 한국학 연구소를 세웠으며 박물관에 한국의 유물전시를 도맡다시피 하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그를 돈 많은 기부자쯤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누구나 돈을 벌 수 있고 기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돈을 벌었고 어떻게 기부를 했느냐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미시간 대학의 남 박사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은  각별하다. 이는 단순히 고액을 기부한 이들에 대한  예우 차원이 아니다. 최근에 동 대학교의 문리대학에서 제작하여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한 나의 영웅이라는 비디오는 그에 대한 학교측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말할 때는 어느 새 눈자위가 붉어지면서 격정이 이는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고생이 그로 하여금 평생을 누군가를 위해서 살도록 운명지우게 만들었다고 믿고있는 것이었다.

 충남 아산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남 박사는 12세 때 해방을 맞고 17세 때에 6.25를 겪는다. 한 살 차이로 징병을 면하게 된 남 박사는 미군부대의 하우스 보이로 들어가 생활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숱한 고생을 하면서도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과에 들어갈 만큼 학업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주한 미국 경제협조처에서 일을 한 그는 더 큰 꿈을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전쟁의 상흔이 아물고 재건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가 건설이 한참일 때 남 박사는 조국 부흥을 위해서는 건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깨닫고 선진화된 건축기술을 배우고 익히기위해 5년을 계획하고 미국 유학길을 택한 것이었다.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4달러가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비행기표를 아끼려 2주가 걸리는 배를 타고 온 덕택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유학을 오면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위해 모두 남겨두고 왔다. 그것이 가족들에 대한 그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무에서 시작한 미국 생활이었지만 남 박사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이 있었다. 남 박사는 그 당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열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남 박사는 열정을 갖고있는 대학의 젊은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젊은이들을 만나 도전을 주면 내가 오히려 심장 박동이 힘차게 되살아나는 둣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곧 내 심장이라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젊은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면 이 늙은이의 가슴도 뜨겁게 타오르곤 했다.(자서전에서)

  열정적인 그의 삶이 말해주듯이 건강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자신했던 그였지만 식사량이 줄고 피곤이 쉽게 찾아와 종합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도저히 믿기지않는 병명과 함께 불과 5~6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지난 여름이었다. 그의 아내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눈앞이 캄캄했다. 남 박사의 자서전에서 밝힌대로 말없이 남편의 뜻을 따르며 당뇨와 고혈압에 자신의 몸이 시들어가는 것도 아랑곳없이 일부종사했던 터라 가도 내가 먼저 갈 줄 알았다는 홍문숙 여사는 이미 눈물샘이 모두 말라 이젠 더 이상 흐를 눈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더 강해져야함을 깨닫고 남편을 마치 어린 아이 키우듯 챙기기 시작했다. 남 박사의 식사, 외출 등 하루하루 매 시간마다의 일정을 일일이 챙기는 홍 여사는 그동안 묵묵히 따르기만 했던 모습에서 어느 새 남편에게 주일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보여주었던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크신 축복으로 참으로 은혜로운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한푼 두푼 아껴가며 모으기 시작한 재산을 기부금으로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범인으로서 좀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좀더 누리고 싶을 법하기도 하지만 그는 이미 모든 것에 대한 미련을 정리한 듯 담담하게 남은 시간을 받아들인다. 뭔가 억울한 듯 한이 맺힌 듯 악착같이 삶에 집착을 보이는 이들이 다가 온 시간앞에 하릴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했지만 남 박사에게서는 오히려 참 평온함을 느낀다. 마치 이제 역할을 끝내고 긴 휴식에 들어가기위한 준비를 하듯 침착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에 갑자기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진정 이 시대의 거목이며 영웅이다. 어떤이는 남 장로님과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위암 말기인 4기 판정을 받고 의학적인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오히려 의연하다. 그런 일을 맞이한 사람들이 흔히 삶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못해 괴로워하는 것에 비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얼마남지 않은 생을 더욱 소중히 보내기위해 11초를 귀하게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이 정하신 일인 것을 한낫 인간이 제아무리 발버둥친들 그 뜻을 거역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하나님께 순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뿌리신 이도 하나님이며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인 것을 그는 담대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여러 차레 항암치료를 받은 탓에 몸은  많이 쇠약해졌지만 그의 정신과 의지는 더욱 맑고 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의학적인 수명은 다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하나님이 부여한  역할이 있고 그 일을 수행하기위해 하나님으로부터 허락받은 시간이 있다. 

미시간 방문길에 주요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만찬을 배풀었던 허철 시카고 총영사는 미시간을 방문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남 박사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건강을 기원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코끝이 매워오기도 했다.

남 박사와의 대담을 마치고 앤 아버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찬 빗줄기가 차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마치 깨어나서 그를 위해 기도하라는 외침처럼 들렸다. 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 말은 없었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하나님이시여, 우리의 영웅에게 좀더 머물 시간을 주시옵소서. 우리는 그에게서 받기만 했습니다. 그에게 그로부터  우리가 얻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대로 그를 보내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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