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한 학부형으로부터 대학에 진학한 자녀의 학업문제로 상담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 학부모는 안타까움이 잔뜩 배여있는 목소리로 아이를 현재의 대학에 보낸 것을 몹시 후회한다고 했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급기야 첫학기 성적이 너무 기대 이하라 졸업하기 위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1년을 더 다녀야 할 것 같다며 한숨 섞인 소리로 탄식을 하였다. 아이 역시 마음 고생이 심해서인지 자꾸 의욕을 잃는 것 같아서 안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입학 당시만 해도 비교적 명문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주위의 기대와 격려속에 집을 떠났지만 이제 겨우 한 학기가 지났을 뿐인데 대학 수업의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된 셈이었다. 건장하던 체구가 몰라보게 야윈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며 곁에라도 있으면 그래도 좀 챙겨줄텐데 하며 답답한 심정을 말하기도 했었다.
부모로서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위해 마음 졸이다가도 입학이 결정되고 집을 떠날 때만 해도 한 시름 놓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학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젠 더 큰 걱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시작부터 엇박자이니 졸업이 아득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문제는 자녀의 이러한 모습에서 부모가 결코 자유로워 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녀의 대학을 결정하기까지에는 부모의 역할이나 영향 또한 작지 않다. 입학 허가를 받은 여러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할 때 대부분의 부모는 결국 대학의 명성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 중에서 일반에게 알려진 순위상 가장 높은 대학을 서슴없이 권하게 되고 자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속에 집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입학 전 학교 방문은 고사하고 직접 방문이 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각 대학마다 자세히 제작되어 있는 인터넷 투어조차도 하지 않고 그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듯 자녀를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다.
진학하려는 대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준비없이 시작하는 대학 생활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신입생들에게는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생활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생활해야 한다. 그러한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많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 수업을 원할이 해내기에 충분하지 못한 학문적 배경이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본인에게 익숙하지 못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갈등하기도 한다.
집을 나설때만 해도 그 씩씩하고 당당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머리속에 그리던 모습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애처로울 정도로 힘들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규모가 큰 대학에서 많이 나타난다. 고등학교 때처럼 소그룹의 생활환경에 익숙한 아이가 수만명이 함께 생활하는 거대한 공룡같은 규모의 캠퍼스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칫 ‘고독한 군중’이 되기도 한다. 자아를 찾지못해 방황하게 되기도 한다. 차라리 그런 아이들에게는 소규모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가 훨씬 바람직 하다. 그런 소규모 사립대학들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비 리그에 버금가는 우수한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입학 허가를 받은 여러 대학 중 지나친 노파심 때문에 비교적 자신의 학업 수행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쳐지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 중에는 대학의 면학 분위기에 실망한 나머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한 학기가 지나기도 전에 바로 다른 대학으로의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아이도 있다. 고교 시절 너드(nerd : 주로 공부에만 집중하여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를 주로 했던 아이들은 그 대학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환경이 자신이 생각했던 ‘학문의 전당’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학에 대한 다양한 통계자료 중에는 이름이 잘 알려 진 우수한 대학 중에 ‘전국에서 파티를 가장 많이 하는 대학’으로의 순위가 높은 곳도 있을 정도이다. 고교 시절 주로 공부하는데 치중했던 아이들 한테는 그러한 대학의 모습이 무척 낯설고 거리가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작업에 들어가 있다. 대개의 경우 늦어도 4월 중순 이전에는 합격 여부를 통보해 준다. 그러면 5월 1일 전까지는 등록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이미 여러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상태라면 최종 선택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해당 대학들을 자세히 알아보아야 한다. 부모와 함께 직접 방문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자녀만이라도 보내서 학교의 분위기를 파악함은 물론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어느 대학이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 박원민 트로이 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