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는 아내에게 떠밀리다시피 집을 나섰다. 여느 때 같았으면 눈치를 보면서 “골프만 치고 바로 올거야”라고 말하며 휴일에 혼자 골프하러 나가는 것에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도 뒤통수가 따가울 정도로 눈총을 보냈을텐데 ‘오늘은 참 희안한 일도 다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아내는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걸 알게 되면 당장 갈라서자고 펄펄 뛸 것이었다. 별다른 감정없이 그냥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건데 아내에게 얘기해봐야 괜한 문제만 일으킬 것이 뻔했다.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심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눈 팔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면서 어느새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긴 했지만 특별히 권태를 느낄 만한 일도 없었다. 몇해 전부터는 친구들과 주말이면 골프를 하면서 미국생활이 좀은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그날 공교롭게도 비가 오면서 골프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우연히 인터넷을 하다가 호기심에 친구 등록을 했는데 이성간 채팅으로 이어졌고 그후 몇차례 채팅을 하다가 한번 만나자는 제의에 뜻밖에 상대가 선뜻 응했던 것이다.
약속 장소까지는 30분 정도 거리였다. 한 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으니 어디 가서 시간을 떼울까 궁리하다가 그냥 미리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차라리 먼저 가서 분위기도 파악하고 그곳에 익숙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욱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래픽이 많지 않아서인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보아 둔 곳이었는데 ‘언제 다시한번 찾아와야지’하고 마음 먹었던 것이 실제로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아내와 함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같이 한번 더 오지’라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 겉에는 BAR라고 간판이 붙어있지만 그곳은 작은 타운에 소재한 커피숖에 가까왔다. 실내 음악도 요란한 라큰롤이 아닌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바 안은 아직 오전이어서인지 한산하였다. 수호가 안에 들어서자 10여개의 테이블 중 두개의 테이블에 각각 두 명씩의 손님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마주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간간이 미소를 짓곤했다.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참 정겨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면 나도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겠지, 후후’ 수호는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평상 시 같았으면 남편이 휴일에 혼자 골프를 치러간다고 할 때마다 ‘도대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을텐데 이날은 어서 남편이 골프채를 집어들고 집을 나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후배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 남편은 오히려 보통 때보다 더 늑장을 피우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얼른 나가라고 말하면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냥 모른 척 하고는 괜시리 집안 청소를 한답시고 부산을 떨었다. 쫓아내다시피 남편을 내보냈다. 남편이 나간 후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를 끝마친 상태이니 화장만 하면 외출 준비가 끝난다. 입고 나갈 옷도 전 날 입어보고 선택을 마친 상태라 따로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백화점 세일 때에 가서 사놓고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었다. 캐주얼하면서도 좀은 고급스러움이 배어났다. 거울 앞에 서자 그런대로 몸에 어울리는 듯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남편과 결혼 후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해 왔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자신을 가꾸는데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울속의 모습에는 눈가에 살짝 잔주름이 보였고 주근깨와 기미도 한 두군데 눈에 띄었다. 그래도 피부는 여전히 탄력이 있어 보였다. 아이들의 엄마로 또 주부로 살아 오면서 치장이라는 단어는 사치스럽게만 여겼다. 아이들이나 남편으로 인해 크게 맘이 상한 적도 없었고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때론 감사했다. 그런데 오늘 후배의 부탁으로 낯선 남자를 만나기로 해서인지 외모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파운데이션을 한후에 파우더를 덧칠 해 주근깨와 기미를 살짝 가려 보았다.
약속 장소까지는 30분 정도 거리였다. 한 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으니 어디 가서 시간을 떼울까 궁리하다가 그냥 미리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차라리 먼저 가서 분위기도 파악하고 그곳에 익숙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욱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래픽이 많지 않아서인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보아 둔 곳이었는데 ‘언제 다시한번 찾아와야지’하고 마음 먹었던 것이 실제로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아내와 함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같이 한번 더 오지’라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 겉에는 BAR라고 간판이 붙어있지만 그곳은 작은 타운에 소재한 커피숖에 가까왔다. 실내 음악도 요란한 라큰롤이 아닌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바 안은 아직 오전이어서인지 한산하였다. 수호가 안에 들어서자 10여개의 테이블 중 두개의 테이블에 각각 두 명씩의 손님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마주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간간이 미소를 짓곤했다.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참 정겨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면 나도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겠지, 후후’ 수호는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평상 시 같았으면 남편이 휴일에 혼자 골프를 치러간다고 할 때마다 ‘도대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을텐데 이날은 어서 남편이 골프채를 집어들고 집을 나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후배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 남편은 오히려 보통 때보다 더 늑장을 피우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얼른 나가라고 말하면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냥 모른 척 하고는 괜시리 집안 청소를 한답시고 부산을 떨었다. 쫓아내다시피 남편을 내보냈다. 남편이 나간 후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를 끝마친 상태이니 화장만 하면 외출 준비가 끝난다. 입고 나갈 옷도 전 날 입어보고 선택을 마친 상태라 따로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백화점 세일 때에 가서 사놓고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었다. 캐주얼하면서도 좀은 고급스러움이 배어났다. 거울 앞에 서자 그런대로 몸에 어울리는 듯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남편과 결혼 후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해 왔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자신을 가꾸는데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울속의 모습에는 눈가에 살짝 잔주름이 보였고 주근깨와 기미도 한 두군데 눈에 띄었다. 그래도 피부는 여전히 탄력이 있어 보였다. 아이들의 엄마로 또 주부로 살아 오면서 치장이라는 단어는 사치스럽게만 여겼다. 아이들이나 남편으로 인해 크게 맘이 상한 적도 없었고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때론 감사했다. 그런데 오늘 후배의 부탁으로 낯선 남자를 만나기로 해서인지 외모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파운데이션을 한후에 파우더를 덧칠 해 주근깨와 기미를 살짝 가려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