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한 쪽 벽면에 걸어 둔 눈 치우는 삽을 올해는 쓸 일이 없을 것 같더니 늦으막히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드라이브웨이의 눈을 치울까 망설이다가 기온이 높으니 좀 지나면 그냥 녹아버리겠지 하고 꽤를 피우고는 내버려 두고 있던 차에 마침 대학 다니는 딸아이가 봄방학이라며 집을 향해 출발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딸 아이가 오면 어차피 주차를 해야 할테니 ‘결국 올해 한번은 치우는구나’하고 생각하며 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눈은 치우기에 적당한 두께로 쌓여 있었다. 아주 많은 양이 온 것은 아니라서 눈을 치우는데 별 큰 힘이 들지 않았다. 몇 번 삽질을 하다가 문득 딸 아이가 생각났다.
딸 아이가 태어나서 몇해 안돼 사업관계로 가족과 한동안 떨어져 있던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게되어 공항에 마중 나가 반가운 마음에 안아주려고 하니 낯선 사람 대하듯 악을 쓰며 소리내어 우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친구가 “친딸 맞느냐?”고 물어보아 당황하기도 했었다. ‘Sweet sixteen’이라며 열여섯살 되는 생일날에는 친구들 150여명을 불러들여 집안을 초토화(?)시켰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아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매년 아버지날과 내 생일이면 어김없이 카드를 만들어 선물과 함께 주곤 했다. 몇 해전 카드에는 ’아빠가 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인지’를 설명하는 내용 10가지를 예를 들어가며 빼곡히 적어,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딸 아이가 어느 새 스무살을 맞았다. 전화 통화를 마칠때면 꼭 “I love you, daddy”하고 말하는 딸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하트 모양이 떠오르며 눈을 치우던 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큼지막하게 만들어 놓은 하트 모양이 꽤나 정겹게 느껴졌다. 대충 마무리 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있으니 얼마 안돼 밖에서 “아빠!” 하며 딸 아이의 호들갑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품속으로 달려오는 딸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이가 목이 메이는 지 말을 제대로 못했다.
잠시 후 페이스북에 새로운 사진이 올라왔다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딸 아이가 어느 새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Like seriously I have the best dad in the world. Does YOUR dad shovel a heart on your driveway when he knows you're coming home?! Yeah. My dad di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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